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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s 책리뷰/장편소설

밝은 면만 보여주는 동화《달러구트 꿈백화점》책리뷰

by 박꿀벌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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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판타지 만화나 소설을 좋아했던 필자는 이따금 환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럴 때면 웹툰 어플을 켜거나 리디북스를 뒤적거리곤 한다. 보통 재밌어 보이는 작품을 표시만 해놓고 끄는 게 일상다반사지만, 그날은 내 눈을 사로잡은 한 단어가 있었다. '꿈',  꿈은 내가 환상을 즐기는 장소 중 하나다. 상상만 하던 일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어떤 때는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긴 여운이 남기도 한다. 꿈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레던 나는 환상 속에 빠지고 싶어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읽어 내려갔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을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표지

목차

1. 줄거리

2. 재미있는 세계관

3. 인상 깊고 생각해볼만한 내용

4. 기억에 남는 문장

5 소감

 

1. 줄거리

페니는 잠든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마을에 살고 있다. 취업 준비생인 페니는 마을에서 가장 큰 회사인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지원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다. 페니는 면접에서 '꿈은 아무리 좋아봐야 꿈일 뿐이다'라는 도발적인 말과 '꿈은 현실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의 적당한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사장님인 달러구트의 마음에 들어 최종 합격하게 된다. 첫 출근 날 여러 판매부서 중 인기상품을 파는 1층을 선택하여 웨더 아주머니와 함께 일하게 된다. 이후 연애, 트라우마, 예지몽 등 다양한 종류의 꿈을 손님에게 팔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2. 재미있는 세계관 

꿈 속 세계를 이루고 있다 보니 재미있는 설정들이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잠에 들어야 갈 수 있는 마을

우리는 잠이 들면 정신이 아득해졌다 잠에서 깰 때쯤 꿈을 꾼다. 작중에서는 잠이 들고 꿈을 꾸기 전에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마을에 가게 된다. 마을 한가운데 꿈을 파는 상점인 달러구트 꿈백화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거리에는 숙면을 도와주는 숙면 캔디나 몸을 진정시켜주는 차를 팔고 있다. 사람들은 거리를 배회하다 차를 한 잔 사 마시고 스르륵 잠이 든다. 길거리에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편히 잘 수 있게 털복숭이 동물인 녹틸루카가 돌아다니며 수면 가운을 입혀주고 수면 양말을 신겨준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마을 중심에 있는 꿈 백화점으로 가서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하나 골라 산다. 꿈을 산 사람들은 백화점에 나와 꿈 속 세계로 빠져든다.  

 

꿈을 자주 꾸는 편인 필자는 아마 꿈 백화점의 단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평소 숙면을 잘 취하지 못하는 걸 생각해보면 백화점에 가서 꿈을 사지 말고 숙면 캔디나 많이 사서 먹었으면 좋겠다. 

 

꿈은 제작되는 것

재밌었던 설정 중 하나는 꿈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꿈을 만드는 꿈 제작자 들이 있는데 다들 각자 전문 분야가 있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꿈만 만드는 사람, 동물이 되는 꿈만 만드는 사람,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꿈, 태몽, 악몽, 동물 들의 꿈을 만드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 분야가 존재한다. 우리가 꾸는 꿈은 누가 만들어야만 가능하고, 꿈 제작자가 만들지 못하는 꿈은 꾸고 싶어도 꿀 수 없다는 것이 재밌었다. 

 

또 꿈에도 유통기한이 있어서 제작된 지 오래된 꿈은 품질이 떨어진다. 색이 사라져 흑백의 꿈이 되기도 하고 중간중간 끊기기도 한다. 그래서 꿈 백화점에서도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폐기 직전인 꿈들을 모아 떨이로 처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꿨던 꿈을 생각해보면 다채로운 색을 나타내는 꿈도 있지만 완전 흑백의 칙칙한 꿈도 자주 꾸었었다. 또 꿈속에서 갑자기 내용이 끊긴 적도 많았는데 떨이로 된 걸 싼 맛에 자주 샀었나 보다.

 

꿈의 값인 감정

제작된 꿈을 구매해야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꿈의 값으로 감정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것이 참 재밌었다. 백화점에서는 꿈을 후불로 사서 꿈을 즐긴다. 그리고 잠에서 깰 때 꿈을 통해 느끼는 여러 감정들의 딱 절반만 떼어내어 꿈백화점에 전송된다. 그래서 사장님인 달러구트는 '아무한테나 팔면 꿈값을 못 받아'라며 손님을 신중히 골라 가지고 있는 꿈을 판매한다. 그래서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을 단골로 관리하고 있다. 

 

꿈을 깬 순간에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지만 이내 곧 감정이 급격하게 가라앉는다. 이 현상을 감정의 지불로 설명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신선했다. 

 

이렇게 얻은 감정들은 꿈의 마을의 에너지이자 상품으로 사용된다. 편안함 같은 감정을 침대나 의자에 뿌리고 앉으면 더더욱 편한 느낌을 들게 만들고, 호기심을 커피에 타서 마시면 주변의 것들을 더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감정은 에너지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한 겨울에 분노를 난로에 뿌리면 장작불이 활활 타올라서 난방에 도움된다고도 한다.  그래서 여러 감정들이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 

 

감정으로 다양하게 사용해서 흥미롭긴 했지만 필자는 좀 무서웠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기 이전에 감정이 앞선다는 생각을 한다. 이성은 감정에 따라 의견을 합리화 시켜줄 뿐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케이크를 볼 때 먹으면 맛있을 거 같다는 설렘을 먼저 느끼고, 이후 "케이크는 당 덩어리여서 살이 찔 수 있지만 오늘 힘든 일이 많았으니 당 충전을 해야 해. 그러니까 먹어도 돼"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니면 소와 강아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차이가 소고기는 마음 편히 먹고 개고기는 먹지 않는 행동의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는 모순적이지만 인간은 감정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다.  결국 우리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는 꿈의 마을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마저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이 되니 소름이 돋았다. 원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 같지만 과학의 발전이 감정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3. 인상 깊고 생각해 볼만한 내용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

가장 힘들었던 시절과 관련된 꿈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의 골자는 잊고 싶은 기억이 주기적으로 꿈에 나오면 처음에는 악몽을 꿔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는 그 사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 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이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본문 일부 인용

 

하지만 필자는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다. 책에는 군대나 시험 등의 예시가 나온다. 또한 꿈을 이겨내고 자부심이나 자신감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위 예시는 분명 힘든 순간들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버틸만한 시간이고 힘들어도 긍정적인 면을 찾을만한 순간이다.

 

하지만 다른 예시를 생각해보자. 전쟁으로 폭격당한 마을에 살던 사람, 내전으로 난민이 되어 떠도는 사람, 살인범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  3가지 예시만 들었지만 고통스러운 순간은 정말 많을 것이다. 필자가 든 예시의 공통점은 자신의 의지와 관련 없이 갑자기 닥치는 시련,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벅찬 고통, 평온한 일상과 동떨어진 삶이다.  이런 예시들은 우선 스스로 이겨낸다는 개념이 적용되기 힘들다. 전쟁에서 벗어나는 건 종전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종전 때까지 살아남았다고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또한 나중에 일상을 되찾은 이후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모두가 동감할 수 있도록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고통은 극단적이지 않아도 개개인에게는 버티기 힘들고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 할 수 있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하는 꿈'이라는 이름이 고통이란 것을 가볍게 생각하게 만들고 언제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했다. 고통은 꼭 극복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극복되지 않고 잊혀야 더 좋을 수도 있다.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악몽의 제작자가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지만 결국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것을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존재하고 그것을 상기시킬 수 있게 도와줘야한다'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또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꿈을 사는 것은 자신의 의지이어서 스스로 버틸만하다고 생각하는 구매자만 트라우마 꿈을 구매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에  '구매자가 트라우마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면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말로 안전장치까지 마련한 것 같다. 하지만 고통을 극복하는 사람은 굳이 트라우마와 관련된 꿈을 꾸지 않아도 극복할 가능성이 높고, 극복하기 힘든 고통을 가진 사람은 괜히 이 꿈으로 더 고통만 받을 수 있다. 리스크는 크고 실익이 적을 거 같은 꿈을 꼭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해당 꿈에 대한 필자의 거부감은 모두 트라우마라는 단어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트라우마라는 단어의 강력함 때문에 더 어둡고 힘든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악몽정도의 가벼운 느낌의 단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인생

야스누즈 오트라의 꿈은 타인의 삶을 살게 해 준다.  타인의 인생 전부를 꾸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한다. 보통 이 꿈을 주문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부정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꿈을 꾸고 나서도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우월감, 안도감을 얻기도 하고 열등감을 얻는다. 저자는 오트라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비교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에픽테토스가 떠오른다.

 

필자는 반대로 타인의 인생을 사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보통 역지사지를 잘 하지 못한다. 생각의 기준은 자신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100퍼센트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살아보면 100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근접하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덜 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는 타인의 삶의 결과를 보며 비교할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 하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

임종이 다가온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꿈을 한편 남겨 놓는다. 꿈의 내용, 꿈을 꾸는 시기, 꿈속의 자신의 모습 모두 직접 정하는 주문제작 형식이다.  필자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꾸곤 했다. 아궁이불에 고구마를 넣어 군고구마를 구워주던 할아버지가 나온다. 꿈을 꾸고 나면 보고 싶던 얼굴을 봐서 기쁘고 꿈에서 깨면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꿈을 보니 외할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남겨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꾸는 이 꿈이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하니 편지를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이 슬퍼온다. 이 챕터를 읽다가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에선 외할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를 보면 원한을 품은 사람이 죽고 나서 꿈에 계속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것도 세상을 떠나기 전 누군가에게 보내는 꿈이라고 생각하면 살면서 원한을 사지 말고 덕을 많이 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 기억에 남는 문장

"제가 생각하기에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오히려 미래를 미리 안다면 정말 불행할 거예요. 좋은 미래를 본들 그게 진짜라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나태해질 수도 있고요. 그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감만 커지겠죠."

- 예지몽 중 일부 발췌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너는 참, 말을 강아지풀만치 보드랍게 해."
"모두가 제 꿈을 꾸고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는 찬사를 보낼 때, 어린 저는 자유릐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꿈에서는 걷고 뛰고 날 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5. 소감

꿈을 꾸고나면 꿈이 주는 감정, 경험 들을 음미할 뿐이었는데 꿈에 대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즐거운 책이다.  아쉬운 점은 챕터 별로 등장하는 현실세계의 인물에 몰입할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다. 꿈을 통해 변해가는 인물의 감정을 더 길고 진하게 느끼고 싶은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교훈을 전하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없앤 느낌이 든다. 한 편의 동화 같다. 

 

어린이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수많은 상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잘 짜여진 이야기를 보면서도 밝은 면만 존재해 어색함을 느낀다. 행복한 모습만 보기에 필자의 즐거운 상상력이 많이 메말라버린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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