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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s 책리뷰/장편소설

우리는 무엇에 눈을 돌리고 있는가?《눈먼자들의도시》책리뷰

by 박꿀벌 2021.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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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가? 오감 중 하나만 남겨둘 수 있다면, 어떤 감각을 보존할 것인가? 감각 하나가 사라진 자신을 상상하고 비교해보면 식은땀이 흐른다. 어느 감각이라도 사라진다고 하면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그중 나의 공포를 가장 많이 자아내는 것은 시각이다. 필자는 평소 시각에 의존을 많이 한다. 시각이 상실 되는 순간 필자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이 의미를 잃는다. 이와 같은 공포를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눈먼 자들의 도시>란 제목은 상상력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도시의 구성원 모두가 눈이 멀면 사회 시스템이 마비될 테고, 음식도 구하지 못하고,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버거울 텐데.... 이야기의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단순 비유적인 표현인가? 흥미를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남자는 절망감에 젖어 되풀이해 소리쳤다... 남자는 자신이 포착했던 마지막 이미지...(중략)...를 머릿속에 계속 간직하려는 듯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눈먼자들의 도시 책 표지

 

1 줄거리

 1-1 이야기의 도입부

 1-2 이야기 구조

2 눈이 멈

 2-1 눈 먼 것에 대한 묘사

 2-2 눈 먼 것과 감정(+욕구)의 관계

 2-3 눈 먼 것과 윤리의식 사이의 관계

 2-4 연대 의식

3 눈 먼 것의 의미

4 인상 깊었던 문장

5. 소감

 

 

1 줄거리

1-1 이야기의 도입부

운전 중이던 한 남성은 신호등을 기다리다 눈이 먼다. 일반적인 실명과는 달랐다. 칠흑 같은 어둠에 빠지는 일반적인 실명과 달리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 실명'이었다. 현실을 부정하던 남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동네 안과로 향하였지만 의사는 병명조차 알지 못한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그날 저녁, 남자와 마주쳤던 이들이 백색 실명에 걸리기 시작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백색 실명이 전염력을 가지고 도시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명된 자, 그와 접촉한 자 모두 정신병원 건물에 격리하고 군인을 통해 통제하기 시작한다. 군인은 탈출 시 총살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식량 배급, 병원 내 자치 공동체 조직 요구, 군인은 어떤 문제에도 개입하지 않음을 알린다.

 

1-2 이야기의 구조

<눈먼자들의 도시>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한 남성의 백색 실명으로 소수의 사람이 격리된 후 적응해 가는 과정, 두 번째는 정신병원 밖에서 백색 실명 전염이 확산되어 대규모의 눈먼 자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 및 소요 사태, 세 번째는 군인의 감염으로 통제가 사라지게 되어 정신병원을 탈출한 주인공 일행의 도시 활보이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실명이 전염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돈과 눈 먼 자들이 겪는 일상적인 고통을 다룬다. 또한 군인의 폭력적인 억압에 대한 개인의 저항과 그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순응할 수 없는 무력한 개인을 보여준다. 또한 눈이 멀게 된 후 개인 차원에서 윤리의식이 상실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군인으로 상징되는 권위가 억압하는 것에 대한 묘사는 줄어든다. 대신 무정부 상태에서 폭력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직된 사회체계의 등장과 도덕성이 말살된 폭력 공동체를 보여준다. 또한 폭력 공동체에 희생되는 개인의 무기력함과 연대를 통한 저항으로 인간 연대의 희망을 보여준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눈 먼자들이 생존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통해 광기와 절망을 보여준다. 도시를 통과하여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일행이 서로 의지하고 돕는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연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의사의 아내'가 존재한다. 의사의 아내는 끝까지 실명되지 않는 유일한 인물로 눈먼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작중 나오는 문구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선 애꾸가 왕, 볼 수 있는 자가 왕"이란 말에 따르면 눈먼 자 들 위에 군림할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사람들을 돕는다. 중간중간 나오는 아내의 고뇌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2. 눈이 멈

2-1 눈 먼 것에 대한 묘사

"그는 그곳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비친 모습은 그를 볼 수 있는데, 그는 그의 비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눈먼 사람들에게는 해가 동시에 뜨지 않기 때문이다. 눈먼 사람에게 해가 언제 뜨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청각이 얼마나 예민하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 <눈먼자들의 도시> 인용

 

2-2 눈 먼 것과 감정(+욕구)의 관계

"둘 다 눈이 멀고 감정도 멀었을 거야,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눈과 감정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또는 책임감이 멀쩡한 시력의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아닌지 생각해볼수 ...(중략)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필자는 이 문구를 보고 생각에 빠졌다. 흔히 본능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본능이란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 및 행동양식을 말하는데,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식욕, 수면욕, 성욕의 경우는 본능과 가까운 것 같다. 인체가 계속 동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식욕, 수면욕이 필연적이고, 성욕이 있었기에 인간이란 종이 유지될 수 있었다. 이는 모두 인간이 신체에 종속된 영향이다. 또한 위험한 것을 회피하는 행동을 비롯하여 신체의 존속을 바라는 욕구도 본능일 것 같다.

 

하지만 신체의 존속과 관련 없는 욕구는 과연 본능적인 것일까? 예컨데 우리는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 체계를 매슬로우라는 학자가 정리하여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생리, 안전, 사회, 존경, 자아실현)는 본능적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회 속에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을 관찰하여 정립한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남을 도와주는 성품을 가진 사람A의 귀에 사람 B가 비명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놀란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다. 사람 A는 여러 감정과 함께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퀴벌레를 치워주거나 사람 B를 대피시켜줄 것이다. 이번엔 사람 A가 눈이 안 보인다고 생각해보자. 사람 A는 비명을 듣지만 원인을 알지 못한다. 누군가가 위험에 처한 거 같은데 근처에 있는 나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생길 것이다. 눈이 먼 사람 A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낀다. 차이점은 시각 정보의 차이뿐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은 지금 수집하고 있는 정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엔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보자. 가치관은 순간순간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우리의 행동양식의 핵심인 가치관의 정립 과정을 생각해보자. 가정 환경이 아이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있다. 또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라는 말도 있다. 또한 근묵자흑 같은 주변의 영향이 중요하다는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많다. 세계관이나 가치관의 정립은 자신이 겪은 경험, 즉 인생을 살면서 수집된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인정받을 때 주목받고, 나머지는 배제되는 것을 보고 자라온 사람이 가지는 욕구일 수 있다. 성공이나 자아실현도 사회에서 바람직한 삶의 모습으로 추앙하기 때문에 생긴 욕구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욕구는 미디어에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회와 관련된 욕구는 과연 본능적인 것일까 의심이 된다.

 

결국 감각을 통해 수집된 정보에 의해 가치관이 정립되고, 순간순간 판단과 감정이 결정된다. 인간이 정보를 수집하는 통로는 감각이다. 오감의 변화는 수집되는 정보를 변화시키고 인간이 만드는 사회체계를 바꿀 것이다. 오감은 인간의 감정과 욕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면 생명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신체적 조건에 따라 생존과 관련된 본능적인 욕구가 정해지고, 보유하는 몇 가지 감각에 따라 수집되는 정보가 변화하여 이후 가치관과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눈먼자들의 도시> 세계관에서 다음 세대까지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그때 아이들의 감정은 우리가 아는 사람의 감정과 다를 수 있다. 사람은 감각 뿐만 아니라 문화나 전통 같은 정립된 삶의 양식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오감이 있던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던 것이라서 세대가 지났을 때 변화는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아마 인류는 눈 없이도 살아가게 되겠죠, 하지만 그것은 이제 인류라고 부를 수 없을 거예요, 그 결과는 분명해요, 우리 가운데 누가 우리 자신을 전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2-3 눈 먼 것과 윤리의식의 관계

우리가 심한 고난을 당해 통증과 괴로움에 시달릴 때, 그때는 우리의 본성이 지닌 동물적 측면이 가장 분명하게 부각된다.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오. 이것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상황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눈이 멀면 감각이 변하니 감정과 생각이 변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시각이 사라졌을 떄 윤리의식도 변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조차 눈이 없을 때 윤리의식이 변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현대사회의 또 다른 눈은 CCTV이다. CCTV는 우리를 감시하고 녹화한다. CCTV가 없는 장소, 타인의 감시가 없는 곳에서 우리의 도덕은 설탕이 물에 녹 듯 사라진다.  대한민국에서 카페에는 도둑이 없지만 자전거 도둑이 많은 이유는 감시자의 존재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누가 보지 않더라도 공동체를 위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윤리의식에 근거한 행동을 모두가 하지 않으니까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법과 질서는 우리의 윤리의식이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버팀목이다. 그것이 수치심 대문이든 처벌의 위험 때문이든 법과 질서는 버팀목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법, 질서조차 누군가의 감시하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타인이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보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서슴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현대 사회에 이기적인 사람이 많이 존재하는 이유가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협력적인 공동체에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적다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작품 속에선 자본주의 체제 하에 살아가던 사람들이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 상황이니 이기적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추론할 수 있고, 앞이 보이지 않으니 협력 공동체로 바뀌기 힘들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회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작품 속에서도 화장실에 가기 귀찮아서 복도에 용변을 보고, 배급된 식사를 가로채고, 성폭력까지 자행한다. 이것은 저자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이겠지만 필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다고 비관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보면 우리의 윤리관은 주어진 조건에서 변화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다. 작품 속에서도 상황이 변했으니 윤리의식도 변하여 새로운 합의에 도달할 것이다.

 

눈이 멀지 않아 기존의 윤리관을 가진 의사 아내는 눈 먼 자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바라보며 괴로워한다. 인상 깊어 구절을 인용한다.

 

 "의사 아내는 현미경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그런 행동이 경명스럽고 외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볼 권리가 없어."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2-4 연대 의식

필자는 윤리의식이 변화되어 새로운 윤리관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답은 연대의식같다. 작중 의사 아내는 유일하게 실명하지 않은 인물이다. 자신의 남편을 돌보기 위해 실명했다고 거짓말하고 정신병원에 격리되고, 실명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다면 다른 눈먼 자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것을 걱정한다. 그리하여 초반에는 자신이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밝힐지 말지 고뇌한다. 다음은 의사와 의사 아내의 대화를 통해 의사 아내의 고뇌를 보여준다.

 

"당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해, 하지만 우리가 완전히 눈이 먼 채로 연기 있다는 것만 잊지마, 우리는 따뜻한 말을 할 줄도 모르고 동정심도 없는 장님들이야..(중략)... 우리는 지금 냉혹하고, 잔인하고, 준엄한 장님들
...(중략)...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갈 때가 되자, 그녀의 코를 파고들고 눈을 자극하는 비참한 현실과 직면하게 되자, 그렇게 단단하게 느껴졌던 그녀의 용기가 부서지면서, 점차 그녀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겁쟁이야. 소심한 선교가 처럼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눈이 머는 게 나을 거야.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이것처럼 의사 아내는 정신병원에 격리된 순간부터 눈먼자를 도와줌으로써 함께 연대할지 계속 고뇌한다. 그리고 다른 눈먼 자들은 연대하지 않고 각자도생하고 있다. 그러다 폭력 공동체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한다. 눈먼 자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음식과 성을 착취당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폭력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연대해서 저항하는 것이었다. 폭력 공동체는 총도 들고 있었기에 목숨이 아까워 저항하는 것에 소극적이었지만 결국 이들은 연대하여 폭력 공동체를 몰아넣었고, 의사 아내가 불을 지름으로써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대가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이후 정신병원을 탈출한 주인공 일행을 서로를 돌보며 의지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 남녀도 나타난다. 폭력공동체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연대가 아니었다. 연대를 통해 정이 싸이는 인간애에 도달하는 연대였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 일행의 여자 세 명이 장마 속에서 서로 샤워를 하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윤리의식이 연대라는 식으로 글을 작성하였지만, 사실 저자는 실명이란 장치를 통해 현대사회의 도덕의 상실을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사회와 개인의 갈등이나 권위에 억압될 때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연대지만 필자는 무엇이 정답일지 아직 잘 모르겠다.

 

3 눈이 먼 것의 의미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눈먼 자들의 도시> 인용

현대 사회는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구조적인 모순이나 부조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이 없는 것인 것 마냥 지낸다. 당장 나에게 큰 피해가 없으면 알면서도 무시한다. 눈이 멀었다는 건 물리적인 실명이 아니다. 저자는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는 모든 사람은 실명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는가? 

 

 

4 인상깊었던 문장

인간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반은 무관심으로, 반은 악의로
사람의 진짜 집은 그가 잠자는 곳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죽은 개의 광견병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들조차 모든 핑계 가운데서 가장 그럴듯한 핑계를 갖다 댈 수 있어요, 즉 두려움을 핑계로 내세울 수 있다는 거죠.
똑같은 운명이 내일 내 집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 감정을 분출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답이란 필요하다고 해서 꼭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유일한 답은 답을 기다려 보는 것일 경우가 많다.
눈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도 슬퍼하지 않는다.
우리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두려워서, 늘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용서해 줄 구실을 찾으려고 하죠, 우리 차례가 될 때를 대비해 미리 우리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해놓듯이 말이에요.
우리한테 그럴 힘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이 여자를 여기에 내버려 둘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과 사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거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예요, 시 다려 봐야 해요. 

 

5. 소감

<눈먼자들의 도시>의 읽으면서 대화 전개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읽는데 고생했다. 대화를 구분하지도 않고 "누가 말했다"와 같은 문구도 없이 그냥 문장의 나열이 반복되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대화의 흐름을 놓치곤 했다. 또한 주인공들의 이름이 없이 '검은 안경은 쓴 여자', '의사아내'와 같이 설명 식의 이름이 어색했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니 문장에 흡입력이 느껴졌다. 표현력의 깊이에 몰입되어 체크한 문장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실 글의 내용보다는 표현력에 더 재미를 느끼고 읽은 책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작품인 <눈뜬 자들의 도시>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 책을 읽게 되면 책 리뷰를 이어서 남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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