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ee's 책정리/과학

바른 자세가 불편한 이유 - 사물궁이 책리뷰 2

by 박꿀벌 2021. 7. 9.
반응형

사물궁이 책표지

<사물궁이> 책 리뷰 1에서는 수면과 관련된 글을 남겼는데 이어서 두 번째 리뷰를 남기겠다. <사물궁이> 첫 번째 책 리뷰는 아래 링크를 타고 가서 볼 수 있다.

 

https://beeambitious.tistory.com/4

 

잠을 자도 피곤한 이유 - 사물궁이 책리뷰

무언가를 궁금해 한 적이 언제였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릴 적에는 호기심 가득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단순하게 의자를 가리키며 '이거 뭐야?'라고 묻는 것부터 시

beeambitious.tistory.com

 

<사물궁이>에서 특히 재밌었던 세 가지를 다룰 것이다.

첫 번째는 선풍기 날개에 어떻게 먼지가 쌓일까?

두 번째로 왜 몸에 좋은 자세는 불편하고 안 좋은 자세는 편할까?

세 번째는 날벌레가 눈 주위에 날아다니는 이유

를 순서대로 다룰 것이니 원하지 않는 내용은 스킵해서 보면 된다.

 

1.  선풍기 날개에 어떻게 먼지가 쌓일까?

에어컨이 없었을 때 여름만 되면 창고에 있던 선풍기를 꺼내 와서 틀었다. 가을이 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24시간 내내 돌아가던 선풍기를 다시 창고에 넣으려고 보면 날개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상식 상 사람이 다니지 않거나 고요한 곳에는 먼지가 쌓이고 자주 오가는 길이나 자주 만지는 것에는 먼지가 쌓이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움직이는 선풍기 날개에는 왜 매년 먼지가 쌓일까?

 

그것은 경계층(boundary layer)이라고 불리는 과학 현상 때문이다.

 

물과 같은 액체와 공기와 같은 기체를 합쳐 유체라고 부른다. 간단히 생각해서 딱딱한 고체를 제외하고 다 유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체는 한 가지 특이한 성질을 가지는데 그것은 점성이다. 점성은 유체와 물질이 닿을 때 유체가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대표적인 예시가 꿀이다. 꿀을 손가락으로 찍어 엄지와 검지로 비벼보면 끈끈해서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저항하는 정도만 다를 뿐 점성을 모든 유체가 가지고 있다.

 

유체의 점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경계층이다. 널따란 판 위에 공기가 흐른다고 생각해 보면, 공기(유체)가 판에 닿을 때 점성에 의해 공기가 원래 흐르던 속도만큼 빠르게 이동하지 못한다. 즉 판 근처에 있는 공기들은 판 근처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속도가 느려진 영역을 선으로 구분해서 '경계층'이라고 부른다.

 

아래 그림에서 공기 입자(Fluid particle)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널따란 판(flat plate)에 닿기 전에는 모든 입자가 똑같이 이동한다. 하지만 판에 닿은 이후 경계층(boundary layer) 위쪽에 있는 공기 입자들이 원래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 반면 경계층에 있는 공기 입자는 점성에 의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뒤쳐진다.

 

경계층 그림 - 유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고, 판위를 지날 때는 점성에 의해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경계층 밖에 있는 유체들은 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경계층 개념을 선풍기에 대입해보면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어도 선풍기 날개랑 딱 맞닿아 있는 공기는 경계층 안에 있기 때문에 속도가 아주 느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 공기에 먼지가 있다면 선풍기 날개에 먼지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먼지가 쌓이는 것이 싫다면 먼지가 잘 안 붙는 날개로 바꾸거나 방 안 공기에 먼지가 안 떠다니게 할 수밖에 없다.

 

이 경계층 이론을 일상생활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우리는 경계층이 유체에 적용된다고 하였다. 즉 에서도 경계층이 존재한다. 샤워할 때 몸에 검품을 묻히고 물로만 헹궈내면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몸 근처에 형성되는 경계층 때문에 완전히 씻겨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설거지할 때도 수세미로 그릇을 닦은 다음 물로 헹궈 거품만 씻어내면 세제 찌꺼기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지식은 모르는 게 약인 거 같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이상 찜찜하니 샤워할 때나 설거지 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닦아보자.

 

 

2. 왜 몸에 좋은 자세는 불편하고 안 좋은 자세는 편할까?

 

어린 시절부터 다 클 때까지 우리는 바른 자세를 강요당한다. 항상 허리를 곧게 세워야 하고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 끝에 붙여서 허리를 세우고 다리도 꼬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허리를 세우고 바른 자세를 취해본다. 하지만 이내 곧 힘들어서 다시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어느샌가 짝다리를 짚고 있다. 왜 몸에 좋은 자세라고 하는 것들은 어딘가 불편하고 힘들고 몸에 좋지 않은 자세가 편할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 몸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우리 근골격계는 크게 뼈, 근육, 관절 그리고 인대로 구성되어 있다. 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것이고 관절은 딱딱한 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대는 뼈와 근육을 연결해주고 근육은 인대에 힘을 전달하여 뼈를 움직인다. 즉

뼈-뼈    연결 = 관절
뼈-근육 연결 = 인대

이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을 때 고정만 잘 시켜 놓고 밥 잘 먹으면 어느새 뼈가 붙어있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스쿼트 등의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이 서서히 커지는데 이때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근육을 이루는 근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되고 다시 융합하는 과정을 거쳐 커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관절과 인대는 한번 다치면 회복하지 못한다. 즉 죽을 때까지 서서히 닳아 없어지기만 하지 더 이상 재생하지 않는다. 전에 관절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관절은 내부에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있는 구조여서 충격을 받으면 찌그러지면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을 이루고 있는 재질도 굉장히 탄력적이라고 한다. 소재 측면에서 굉장히 훌륭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과학기술로는 완벽한 인공관절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고 한다. 즉 관절이나 인대는 다시 구할 수 없는 소모품인 것이다. 

 

이제 바른 자세가 왜 불편하지 살펴보자. 우리는 자세를 취할 때 체중을 뼈와 근육, 관절, 인대가 사이좋게 나눠서 부담한다. 바른 자세와 안 좋은 자세는 체중을 부담하는 비율이 다르다. 바른 자세는 근육이 더 많은 체중을 부담하고 좋지 않은 자세는 관절이나 인대가 더 많이 부담한다. 그런데 근육은 오래 쓰면 점점 힘들고 피로해지는 반면 인대나 관절은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통증도 없고 힘들다는 느낌도 없다. 즉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좋은 자세는 근육이 점점 힘들어져서 오래 유지하기 힘들지만 관절과 인대를 보호할 수 있고, 안 좋은 자세는 지금 당장 근육이 쉬어서 편하지만 관절과 인대가 혹사당하면서 서서히 소모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습관이 생기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이 점점 발달한다. 하지만 구부정한 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하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하고 나중에 곧은 자세를 취하기 점점 힘들어진다.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행운아다. 지금이라도 허리를 펴서 소모품인 관절과 인대를 보호하자.

 

바른 걷기 자세와 바른 앉기 자세

 

3. 번외. 눈 주위를 맴도는 날벌레

 

산에 가거나,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한 번씩 벌레가 눈 주위를 맴돈다. 예전부터 이 벌레는 무슨 원한을 가졌길래 눈 주위를 계속 맴돌며 나를 괴롭힐까 라고 생각했었다. 동네에서는 이 벌레가 날아드는 이유가 화장품 냄새 때문이다, 눈물에서 나오는 특정 성분 때문이다. 등 여러 주장이 난무했고 필자는 이 벌레를 눈물벌레라고 불렀었다.

 

이 모든 가설은 사실이 아니고 이 벌레가 눈 주위를 맴도는 이유는 짝짓기 때문이라고 한다. 날벌레는 짝을 찾기 위해 혼인 비행을 하는데,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특정 지형의 높은 위치 주변을 차지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머리가 딱 그런 지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날벌레가 맴돌 때 손을 위로 높이 들면 벌레를 손으로 유인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필자가 카페에서 독서 중일 때 날벌레 한 마리가 나를 방해했다. <사물궁이>를 읽고 알게 된 사실이 떠올라 날벌레가 혼인 비행을 하며 애쓴다는 생각에 쫓아내지 않고 그냥 무시했다. 그랬더니 얼마 뒤 짝을 찾은 날벌레가 내 책 위에 앉아 번식을 했다. 황당하면서도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책을 넘지기 않고 끝나길 기다려주었다. 

 

짝을 찾은 날벌레

이 글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사물궁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반응형

댓글